한국에서 2시간 반 거리에 향기로운 라벤더의 향연과 눈부신 설국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홋카이도밖에 없다. 원시 습지와 문명의 조화, 다양한 품격의 볼거리, 먹거리, 쇼핑, 온천료칸 등 홋카이도에서는 누릴 것들이 너무도 많다. 봄이 오기 직전 자동차로 신치토세에서 시레토코까지 때로는 눈보라를 헤치고, 빙판을 견뎌내고, 눈 도랑에 빠져 고립되기도 했던 5박6일간 홋카이도의 중부에서 동부 끝까지 1600k를 달렸다.
나와는 다른 컨셉으로 홋카이도로 출장을 간 기자가 보내 온 사진은 온통 화이트 아웃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도록 양동이로 눈을 들이붓는 장면에 3일 후면 자동차 여행을 컨셉으로 떠나야하는 나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제발 운전은 하지 말라는 기자의 당부가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주어진 일정을 미리 포기할 수는 없고. 변화무쌍한 홋카이도의 날씨를 믿어보기로 했다. 떠나기 전날까지 현지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새벽 첫 차로 공항으로 향했다. 이렇게 현지 날씨에 신경을 쓴 적이 있었던가? 마침내 2시간 반 만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내 바람을 들었는지 날씨가 쾌청하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수혜자인 셈이다. 보통 공항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인수하지만 신치토세 공항의 경우 협소하기때문에 자신이 예약한 회사의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늦은 저녁에 도착한 관계로 공항내 호텔에서 쉬고 다음 날 공항 1층에 있는 해당 렌터카 안내 데스크로 가서 신청 사항을 확인한 후 전용 셔틀버스에 캐리어를 싣고 이동했다.
먼저, 왜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는 지부터 알아보자.
[렌터카를 빌려야 하는 이유]
1. 패키지 여행이 아닌 이상 이동에 제약이 따른다.
2.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히 비싸다.
3. 대중교통 시간 맞춰 이동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
4. 정해진 코스로 가지 않기 때문에 멋진 풍경이 보일 때 자유롭게 내릴 수 있다.
5. 자신만의 여행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렌터카를 빌릴 때 꼭 이용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HEP(홋카이도 익스프레스웨이 패스)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꼭 HEP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거의 모든 렌터카 차량에 설치돼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일정한 금액을 내고 무제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6만원에 5일 무제한 코스를 선택했다. 이동하면서 통행료를 슬쩍 보니 HEP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거의 파산할 만큼 상당히 비쌌다.
한국에서 미리 오릭스렌터카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고 오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할인도 되니 꼼꼼히 챙기도록 하자.
홋카이도 중부에서 동부의 끝까지 가는 좀 요상한 코스이기는 하지만 메인 코스인 아칸국립공원을 기점으로 동부 지역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어쨌든 코스는 다음과 같다.
신치토세 공항→구시로 아칸국립공원→시레토코→아바시리→오타루
렌터카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이 의외로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구글맵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제한 데이터 사용을 위해 미리 포켓와이파이도 준비하도록 하자. 자, 모든 준비가 끝. 이제 홋카이도를 제대로 즐겨보도록 하자.
공항을 출발해 아칸코(아칸호수)가 있는 구시로KUSHIRO로 향했다. 다행히 날이 좋아서 시야도 좋고 하늘도 높아 드라이브 하기에 최적인 날씨. 삿포로에서 구시로까지 JR열차로 4시간이 소요되는 꽤 먼 거리에 있는 터라 2차선의 도로가 대부분인 홋카이도에서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그야말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다행히 무탈하게 5시간 만에 구시로의 시내로 입성할 수 있었다.
구시로는 홋카이도 동부의 최대의 도시지만 구시로 시내를 벗어나면 일부 구간에서는 통신도 안될 정도로 산과 호수뿐인 전형적인 산간벽지. 사실 구시로로 온 이유는 바로 아칸국립공원인 아칸코Lake Akan, 굿샤로코LakeKussharo, 마슈코Lake Mashu 등 세개의 호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총 9만 481헥타르의 크기로 지난 193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 꽁꽁 얼어붙은 아칸코 앞에 위치한 아칸 유쿠 노 사토 츠루가Akan Yuku no SatoTsuruga 료칸에 여장을 풀고 아칸코로 걸어갔다. 얼지 않았을 때는 잔물결 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이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붙은 빙판이 돼 있어 스노모빌 등 다양한 탈 거리들이 호수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해발 420m의 위치에 최대 수심 44.8m의 화산성 호수의 바닥에 ‘마리모’라고 불리는 녹조류 수중생물이 6억 개 이상이 살고 있는데 무려 쳔연기념물이란다. 둥근 모양의 생물로 광합성에 의해 점점 커지는데 25cm이상인 것도 있다고. 이 마리모가 사는 것은 바로 아칸코와 아이슬란드의 뮈바튼 호수뿐이라니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다행히 근처 기념품 샵에서 마리모를 통에 담아 판매하고 있어 구경할 수 있었다. 지금은 허허빙판(?)인 아칸코지만 2005년에 구시로습원에 이어 국제적인 습지 보호 협약인 람사르협약RamsarConvention에 등재된 습지가 됐다고.
쨍쨍한 햇볕이지만 빙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차갑다. 우리가 투숙한 곳이 바로 아칸코의 온천마을로 이곳에는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살고 있는 전통 부락이 있다. 아이누코탄의 코탄이 부락이라는 뜻으로 약 200 명의 아이누족이 거주하며 관광객들을 위해 아이누족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장과 다양한 전통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아 꽤 볼만하다. 밤이 되면 이곳은 동화 속의 마을로 변신한다. 하얀 눈과 조명이 어우러진 아이누족의 전통 주택과 상점들이 마치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너무 빨리 경험한 자동차 사고]
아칸코를 둘러보고 나머지 두 개의 호수를 보기 위해 서둘렀던 것이 문제였을까. 차를 몰고 두 번째 호수인 굿샤로코로 이동하는데 장착된 네비게이션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아 이런…… 통신 두절지역으로 접어드니 네비게이션도 먹통이 돼버린 것. 이 때문에 갓길에 세운다는 것이 바로 눈으로 덮인 도랑으로 빠지고 말았다. 왼쪽 두 바퀴가 도랑에 빠지니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차도 다니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고립의 위기를 맞았다. 통신 자체가 안되니 현지 통신망을 이용하는 포켓 와이파이도 무용지물. 한 시간을 차를 밀고 당기고 덩치 값 해본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때 차량 한대가 지나가다가 멈추더니 오…… 한 스님이 내려서 다가온다. 차를 빼기 위해 같이 도와주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본인 차로 다시 30분 거리를 돌아가 경찰을 불러 온단다. 당황했는데 친절한 스님 때문에 추위와 당황에 얼이 나간 우리를 정신차리게 해준다. 드디어 경찰차가 도달했다. 렌터카 회사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줄 테니 일단 차에 타라는 일본 경찰의 말에 안도감과 더불어 생전 처음 일본 경찰차를 탄다는 호기심까지 드는 걸 보니 정신은 나가지 않은 듯. 스님께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리는 숙소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렌터카 회사에서 우리의 차량을 안전하게 주차장까지 가져다 주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2차선 도로에다가 길 양 옆은 수로임에도 그 위에 눈이 쌓여 땅인 듯 착각해 차를 대다가 낭패를 당하는 차량들이 적지 않았다. 꼭 이 점은 조심해야 하고 또한 통신 두절 지역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다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으니 정확한 목적지를 숙지하고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둘째 날에 큰 일 날 뻔 했지만 다행히도 큰 피해없이 넘어갈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지만 시간을 다 날려버린 탓에 스케줄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사고 인해 두 개의 호수를 보는 것은 다음 날 아침으로 미뤄야 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주변을 돌아보니 온천 마을이 맞는 것 같다. 겨울 막바지의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한산하지만 밤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 가볍게 아이누족의 전통 마을도 돌아본 후 료칸으로 돌아와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천장으로 들어서니 내가 경험해 본 온천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양한 크기의 온천이 있어 온천만 해도 지루하지 않을 듯하다. 개운하게 온천을 즐길 후 1층 로비로 내려오니 갤러리가 보인다. 갤러리에서는 마침 아이누족의 전통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밀랍인형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누족
아이누족은 홋카이도와 러시아이 사할린, 쿠릴 열도 등지에 분포하는 원주민으로 아이누란 아이누어로 ‘인간’을 뜻한다. 메이지 시대 후반부터 아이누족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점점 그 인구수가 줄어들며 일본인으로 동화시켜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그들의 전통 문화는 없어지고 지금의 민속촌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제 이미 두 개의 호수를 봤어야 하는데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오전 일찍 굿샤로코Lake Kussharo, 마슈코Lake Mashu를 보기 위해 나섰다. 가는 길이 또 어제 사고 난 지점을 통과해야 하니 운전대를 쥔 팔에 힘이 들어간다. 아칸코도 빙판으로 변했는데 나머지 두 개의 호수도 얼어 있을 것이 분명해 맥이 빠지긴 하지만 일단 마슈코로 가본다. 아, 역시나 거센 눈 폭풍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전망대에 오른 보람도 없어져 버렸다. 굿샤로코로 방향을 돌리니 이번에는 진입로에 출입금지란다. 안타깝지만 여름이나 가을에 다시 와야 할 듯 하다.
*이오잔(硫黃山)
시레토코로 가다가 퀴퀴한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하길래 방향을 바꿔 들어가니 이오잔이라는 유황산이 보인다. 512m의 산 곳곳에 연시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아이누족의 말로 ‘아토사누부리’, 즉 벌거숭이 산이라고도 불린다.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으로, 약 600년 전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메마른 황무지 지역 곳곳의 분출구에는 유황으로 노란 색으로 변색되어 있고 그 사이로 펄펄 끓는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굳이 수증기 구명에 손을 일부러 넣지 않는 한 일반 관광객도 가까이 접근이 허용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역시 이곳에서도 유황과 수증기로 삶은 계란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매년 6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가이드와 함께 이 산책로를 돌아보는 행사가 열린다.
이오잔을 나와 시레토코Shiretoko로 방향을 돌렸다. 한적한 도로에 야생동물이 더 많아 깜짝 놀랄 때가 많지만 겨울에는 잘 볼 수가 없다. 동부로 가고자 하는 이유도 사람들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시레토코는 홋카이도 지도상에서 동쪽 끝으로 꼬리처럼 튀어나온 곳으로 오오츠크해의 얼음과 유빙을 볼 수 있는 생생한 자연사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우측으로 시레토코 산맥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바람의 온도가 매서워 지는 걸 보니 거의 도착한 듯 하다. 이윽고 우토로항을 지나 프유니미사키 곶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오츠크해의 환상적인 유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왜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가만 보니 유빙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여기서만 할 수 있다는 유빙체험으로 젊은 청년들이 슈트를 입고 유빙 사이의 바다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무척 신이 나 있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완전 방수 슈트를 입기 때문에 춥지도 않고 물에 가라앉지도 않는단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니 용기만 있다면 오오츠크해의 바다를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겠다. 촬영을 위해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카메라로 촬영만으로도 그 흥분이 그대로 느껴진다.
*유빙워크
바다 위를 걷는 체험은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겨울의 홋카이도에서만 가능한 유빙워크는 완전 방수 드라이 슈트를 입는 데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1시간 정도 유빙 위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에 빠져도 젖지 않고 춥지도 않고 물에 둥둥 뜨기 때문에 마음껏 오오츠크해의 유빙을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1시30분에 태양에 반사된 유빙의 푸른 빛이 가장 잘 보이고 따뜻하기 때문에 ‘유빙의 천사’라 불리는 클리오네를 관찰하기에 좋다고 한다. 오후 3시 30분에는 노을 지는 붉은 빛에 물드는 유빙의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은 5천엔, 초등학생은 2천5백엔선.
시레토코미사키까지 가고 싶었지만 시레토코 자연센터를 지나 진입하는 길이 4월초까지 진입금지란다. 차단막으로 막혀서 더 이상 갈수가 없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이곳은 날이 풀리면 불곰이 사는 원시림을 갖고 있는 자연관광지구로 불곰을 만났을 때 대처법 등이 곳곳에 간판으로 세워져 있었다. 눈으로 덮힌 것만 볼 수밖에 없지만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감히 상상이 간다. 또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차를 돌려 아바시리Abashiri로 간다. 시간이 늦어 쇄빙선인 오로라 호를 탈 수는 없겠지만 오타루로 가기 전에 잠깐 배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졌다. 아바시리까지 가는 해안 도로 우측 편의 바다는 온통 얼음 바다가 이어진다. 1시간 정도 지나 아바시리에 도착하니 마침 운항을 마치고 입항하는 쇄빙선 오로라 호가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연신 손가락을 올리며 최고였다며 내리는 모습을 보니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이 무척 후회가 됐다. 하지만 다시 중부 오타루로 돌아가야 하니 부지런히 달려야 오늘 안으로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오후 3시임에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괜시리 바빠지기 시작한다. 잡아 놓은 숙소가 오타루에 위치한 키로로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호텔(KIRORO Tribute Portfolio Hotel)로 다시 5시간 이상을 달려서 돌아가야 한다. 검은 하늘과 하얀도로만 계속 보고 달리니 착시 현상도 일어나고 졸리고 어질어질하다. 정말 어떻게 달렸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의 벽을 넘어 6시간 만에 목적지로 안착을 했다. 전에 왔던 기억으로 올라가니 또 입구 부분이 차단막으로 막혀있다. 계속 뱅뱅 돌아도 네비게이션은 막힌 곳만 알려줄 뿐. 정신이 나갈 듯 해. 간신히 근처 편의점에 가 물어보니 다른 우회도로를 알려준다. 그 편의점 직원 덕에 1시간만에 탈출(?)해 호텔로 갈 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눈을 뚫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아, 네비게이션은 정말 쓸모가 없는 듯. 온 몸의 감각이 없는 터라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그대로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 어제 저녁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마치 꿈을 꾼 듯 하다. 오늘은 호텔에서 온천을 하면서 여독을 풀고 다음 여행지인 중서부 지역을 돌기 위한 체력을 비축하기로 했다.
2015년 12월 5일 일본 홋카이도(日本 北海道)의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월드 와이드(Starwood Hotels & Resorts Worldwide)의 계열사인 쉐라톤 호텔&리조트(Sheraton Hotels & Resorts, 뉴욕 증권거래소 코드: HOT)가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마친 후 쉐라톤 호텔 & 리조트 브랜드로 새 단장했을 때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오픈했을 때 쉐라톤 호텔 & 리조트로서는 일본지역 최초의 스키 리조트로 큰 관심을 받았다. 키로로 리조트의 중심부에 위치한 쉐라톤 홋카이도 키로로 리조트에는 쉐라톤 호텔&리조트의 특징을 잘 살린 고급스러운 시설과 세심한 서비스의 제공은 물론이며 스키를 탄 채 출입이 가능한 ‘스키인 스키아웃 시설’ 등 편리한 부대시설까지 완비되어 있다.
쉐라톤 홋카이도 키로로 리조트는 140개의 객실과 스위트 룸을 갖추고 있으며 전 객실 마운틴 뷰로 아름다운 홋카이도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쉐라톤 클럽(Sheraton Club®)에서는 Wi-Fi가 무료로 제공되며 아침 식사는 물론이며 하루 종일 간단한 다과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일식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리비에루지(Rivierouge)는 하루 중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하며 일식당 호키(Hoki)에서는 저녁 식사로 홋카이도산 식재료를 사용한 초밥과 야키니쿠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로비의 바에서는 쉐라톤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페어드(Paired)’가 준비되어 있으며 전문가가 엄선한 고급 와인, 홋카이도의 크레프트 맥주에 곁들임 안주로 스몰 플레이트와 스낵이 제공된다.
*최고의 자연설을 자랑하는 스키장
쉐라톤 훗카이도 키로로 리조트는 일본 최고의 스키장으로 꼽히는 키로로 종합 산악 휴양지 내에 위치하고 있어 스키 리조트로서는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자연설 스키를 즐길 수 있으며 21개의 스키 코스에서는 초보자에서 상급자에 이르기까지 수준별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모굴 코스와 어린이용 눈썰매장도 완비되어 있다.
쉐라톤 훗카이도 키로로 리조트는 신치토세 국제공항(新千歳空港)에서 자동차로 약 90분, 항구도시 오타루(小樽)에서 무료 셔틀버스로 약40분 소요된다. 홋카이도는 혼슈(本州)와 세이칸터널(青函トンネル)로 연결되어 있다.
*KITA-SHIRI Driving Guide
2년 전 오프닝행사때 참여하고 어찌 변해있을까 궁금했는데 여전히 홋카이도의 멋진 자연과 함께 뛰어난 자연설을 헤치며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내가 투숙하고 있는 키로로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호텔(KIRORO Tribute Portfolio Hotel)은 스타우드의 10번째 브랜드로 스키를 즐기는 사람은 셔틀버스로 5분간 위로 가면 나오는 쉐라톤 키로로 리조트로 이동하면 된다. 트리뷰트 내에는 다양한 온천과 수영장이 있어서 스키로 피곤한 몸을 푸는데 제격이다. 하지만 스키와는 인연이 없는 나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푸는데 이용했다. 솔직히 별 스케줄 없이 마음 닿는 대로 가고자 했지만 중서부 지역의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키로로 리조트 내의 드라이빙 가이드(KITA-SHIRI Driving Guide) 프로그램이 있음을 관계자로부터 추천 받아서 몇 곳을 골라 가기로 했다. 이제 좀 모을 비축했으니 다시 여행을 떠나볼까.
지도를 펼쳐 들고 요이치YOICHI→샤코탄SHAKOTAN→시코츠토야SHIKOTSU-TOYA를 돌아 숙소인 키로로 리조트로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요이치YOICHI
눈이 간간이 내리지만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아 드라이브 하기에 좋아 보였다. 요이치를 선택한 이유는 1918년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가 스코틀랜드로 넘어가 위스키 제조법을 배워 1940년에 니카 위스키를 탄생시킨 곳으로 바로 시음도 할 수 있는 요이치증류소가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의 성지로 사과와 포도 등의 과수재배지역으로 유명한 요이치의 니카위스키는 전세계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큰 인기를 얻고 있기에 그 맛이 무척 궁금했다. 입구에서 시음 신청을 하면 바로 3잔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데 다양한 향의 위스키가 있음에 놀랐고 그 깊은 맛에 두 번 놀라고 말았다. 물론 음주운전은 금물이기 때문에 따로 한 병을 사서 저녁에 먹기로 했다.
*샤코탄SHAKOTAN
달콤한 싱글 몰트 위스키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일을 위해 꾹 참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샤코탄초로 향했다. 샤코탄으로 가는 도중에 우측으로 펼쳐진 바다 위에 역사와 전설을 자랑하는 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이 후루비라 어촌 마을로 아이누어로 ‘개의 신’을 뜻하는 세타카무이 바위에는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울부짖었다는 개의 전설이 서려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동안 곳곳에 기암 절벽과 독특한 바위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일정이 늦춰지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동차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샤코탄 반도로 접어들면서 가무이 곶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샤코탄은 아이누족의 말로 ‘여름의 마을’이라고 불리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겨울에 오고야 말았구나. 중턱에 주차하고 ‘가무이미사키’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 탓에 열 보만 걸어도 숨이 차 오른다. 여기에 30도 정도의 오르막길이니 오르는 자체가 곤혹스러운 일이다. 올라갈 수록 점점 더 눈밭에 빠져들지만 저기 보이는 등대를 뒤로 하고 돌아갈 자신은 스스로에게도 없어 보인다. 간신히 등대에 올라 숨을 고른 뒤 끝으로 가니 이제는 아찔하게 깎아 내린 절벽이 나온다. 족히 80m는 돼 보이는 절벽을 주위를 날카로운 파도가 부지런히 절벽을 깎고 있었다. 여름의 마을에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찬바람과 함께 어깨를 토닥거리고 있다.
지금은 눈으로 덮여 있지만 여름에는 꽃과 풀들이 만개해 있었을 이 전망대 아래로 샤코탄 블루라 불리는 시마무이 해안이 펼쳐져 있다. 한 여름이었으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겠지만 한 겨울의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에 갇힌 지금은 파도가 주는 시간의 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가끔씩 깰 뿐이다. 하얀 설복으로 몸을 꽁꽁 싸매 제 몸매를 볼 수는 없었지만 태고의 적막같은 고요함에 마음에 평온을 얻는다.
*시코츠토야SHIKOTSU-TOYA
몸은 고된 샤코탄이었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그런 지 기분이 매우 상쾌해졌다. 이제 시코츠호수가 있는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쨍쨍한 태양이 눈에 반사돼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에메랄드빛을 닮아 눈이 부시다. 아 이런 시코츠호수로 들어가는 입구가 폭설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시코츠토야국립공원에서 시코츠 호수를 조망해야 할 듯 하다. 이윽고 도착한 국립공원 입구에 주차를 하고 허리까지 쌓여 있는 눈길 사이로 지나 호숫가로 걸어갔다. 호수 건너 편으로 두 개의 산이 보인다. 좌측이 해발 1041m의 타루메산이고 우측이 해발 1102.5m의 훗뿌시산록이다. 시코츠호수는 지금으로부터 3만년전에 산이 함몰된 자리에 생겨난 칼데라 호수로 면적이 78만평방미터에 달한다. 이곳에서 숙박을 할 수 있고 온천도 있어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얼마 전 얼음조각 전시회를 열었는지 지금은 부지런히 철거 중이다. 이곳이 마지막 코스가 되겠다. 6일간의 홋카이도의 중서부와 동부를 훑는 다소 무모한 자동차 여행이었지만 한 겨울의 홋카이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겨울의 홋카이도 자동차 여행은 분명 낭만적이지만 이 곳 지리를 잘 알지 못하거나 초행길일 경우에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앞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얘기했지만 산을 넘을 때 통신이 되지 않는 구간이 적지 않아서 위급 상황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이상 많은 곳을 돌아보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익숙해지고 친해질 수 있도록 하자. 여행은 양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질적인 만족이 먼저 따라야 여행의 흥이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계절에 따라 그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홋카이도는 두고두고 찾아도 좋은 매우 멋진 곳이다. 태고의 자연 속에서 시간의 역사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홋카이도에서 여행의 참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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