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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요코하마의 프라이드 하마코와 미나토미라이 여행


걸음마다 화사했다. 로맨틱한 야경에는 가슴 시렸다. 놀랍도록 세련된 도시적 분위기의 한쪽에는 서정과 노스탤지어가 수줍게 숨어있었다. 이런 요코하마에 반해 버렸고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 누군들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요코하마의 프라이드, 하마코

요코하마를 목적지로 삼고 떠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니 이곳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질문의 우선이다. 요코하마는 가나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그리고 항구도시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인천의 송도 신도시가 벤치마킹했을 만큼 빼어난 도시미관에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세련된 도시라는 찬사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런 요코하마에 특히 일본의 여성들은 환호한다.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요코하마를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만큼. 약 360만 명의 인구는 단일 도시로만 보면 일본에서 도쿄 다음의 규모다(참고로 오사카 시의 인구는 260만 명이다). 이런 대도시가 일본의 ‘4대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에도 들지 못하고, 고작 반나절만의 여행지로 선택되는 것은 안타깝다. 그건 순전히 도쿄의 바로 옆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 역에서 신주쿠나 시부야까지 전철로 30분, 가까운 거리만큼 두 도시의 개성은 하나로 뭉뚱그려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요코하마 사람들은 시크하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 우리는 ‘요코하마!’이니까”. 요코하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하마코’ 라고 부른다. 그 안에는 콧대 세고 자부심 강한 녀석들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럴 만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항구인 탓에 서양의 문물을 보다 빨리 받아들인 요코하마, 선진적인 문화와 최신의 유행이 이곳을 통해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무수한 로맨틱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많은 이들이 멋쟁이들의 도시로 요코하마를 동경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며칠 동안 요코하마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고운 풍경들,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스토리들 사이로 묘한 감정 하나가 여운처럼 피어올랐다. 그것은 아마도 요코하마 프라이드로 충만한 하마코의 심정이 아닐는지.


요코하마의 중심에서 화려함을 외치다, 미나토미라이(みなとみらい21)

JR 사쿠라기초역을 나와 몇 걸음, 초고층 건물과 바다, 넓은 잔디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항구의 미래라는 뜻을 가진 요코하마의 상징, ‘미나토미라이 21’이다. 이곳에서의 산책은 줄곧 놀랍다. 흡사 탁월한 장면들이 경쟁하는 장과도 같다. 하지만 막힘 없는 시야, 조용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사방이 평화로워 아침나절 오솔길을 걷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스러운 동네, 그러나 화려한 것이 꼭 요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된다. 붉은색 벽돌로 단장한 우아한 건물 두 개가 보인다면 이곳이 요코하마의 명물 ‘아카렌가 소고レンガ’다. 건물의 내부는 로컬들에도 소문난 기념품 가게들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자리 잡고 지갑을 열게 한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세관의 창고이자 수입품의 보관 장소였다. 내부만을 개조했을 뿐 외부는 당시 모습 그대로다.


아카렌가 소고의 앞마당은 일 년 내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축제의 장으로 흥겹다. 가을이면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고, 겨울이면 아이스링크가 되는 식이다. 특히 ‘플라워 가든’으로 단장하는 4월은 놓치면 아쉽다. 꽃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수많은 꽃이 만발해 있는 모습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마치 그림 같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미나토미라이 21은 보다 더 찬란해진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격이 다른 야경이다. 이 시간을 위해 수많은 연인, 사진가들이 앞다투어 몰려든다. 지상 70층, 높이 296m의 초고층 빌딩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ランドマークタワー’에서 감상하는 야경은 상상 이상이다. 


이름 그대로 요코하마의 랜드마크인 이곳은 오사카의 아베노 하루카스あべのハルカス가 건설되기 전까지 20년 넘게 일본에서 제일 높은 빌딩으로 사랑받았다. 일본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분속 750m)를 타고 69층 전망대에서 내리면, 중력을 거슬러 오른 아찔함만큼 압도적인 야경에 벌어진 입을 쉽게 다물 수 없다.


한 편에는 바다를 품고 있는 미나토미라이 21의 전경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다른 편으로는 높낮이가 다른 마천루들과 구불구불한 도로가 경쟁하듯 발밑에서 빛을 뽐낸다. 고개를 들어 지그시 초점을 모으면 도쿄타워, 스카이트리 등 도쿄의 야경도 덤처럼 시야를 사로잡는다. 높이 오른 장점이다.


‘오산바시 국제 여객선 터미널さんターミナル (줄여서 오산바시)’에서 감상하는 야경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고래를 형상화한 외관에서 보이듯, 터미널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적 분위기, 특히 목재데크와 잔디를 이용해 만든 옥상의 야외정원은 멋진 전망대로, 휴식처로 로컬은 물론 여행자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미나토 미라이21, 야마시타 공원, 베이 브릿지 등 요코하마의 명소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 해 질 무렵에 찾는다면 병풍처럼 서 있는 후지산이 실루엣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누구와도 당장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낭만적이고 황홀한 풍경! 비용 없이 이런 야경을 거저 얻은 마음이 괜히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벚꽃 향기로 물드는 요코하마의 봄

벚꽃이 물드는 일본의 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가 아닐까? 살랑거리는 벚꽃의 향기를 따라 꽃놀이(일본어로 하나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일본의 봄날은 들썩거린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코하마 또한 많은 벚꽃 명소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오오오카가와’다. 오오오카가와는 요코하마의 코난구, 나카구, 미나미구 등 세 개의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다. 평소에는 잔잔하고 느린 유속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지만, 벚꽃 필 무렵이면 요코하마에서 가장 요란한 곳으로 탈바꿈한다. 강변의 산책로는 몰려든 사람들과 많은 노점으로 북적거리고, 여행자들을 실은 하나미 유람선은 강의 상류와 하류를 쉴새 없이 오고 간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꽃을 틔우고 있는 벚나무들이 대견하다.


강변의 양쪽으로 늘어선 것만 무려 500그루. 빠른 걸음으로 돌아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무마다 매단 등이 불을 밝히는 밤과 벚꽃이 반영되어 수면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이른 아침의 풍경이 특히 곱다.


햇살이 눈 부신 어느 봄날, ‘네기시신린코엔’을 찾았다. 요코하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굴지의 벚꽃 명소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 위로 셀 수 없이 많은 벚나무가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그래픽처럼 비현실적이다. 높은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어 이 공원을 찾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들어간 노력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틀림없는 풍경이다. 일본 최초의 서양식 경마가 행해졌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곳곳에 화석처럼 남아있는 당시의 흔적도 볼거리를 더한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사이 어느새 늘어난 사람들. 대부분 잔디에 앉거나 누워 벚꽃의 아름다움을 흐뭇하게 즐긴다. 덩달아 적당한 자리를 찾아 누워본다. 파르르 흩날리는 벚꽃 잎들과 함께 요코하마의 여유로움이 가슴을 적시는 순간이다.


‘산케이엔’은 요코하마의 거부인 ‘하라 산케이’가 조성한 일본식 정원이다. 하지만 말이 정원이지 흡사 거대한 민속박물관을 돌아보는 기분이다. 17만 5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규모는 도쿄 돔의 네 배에 달할 만큼 넓다. 다양한 수목이 빽빽한 경내에는 17채의 역사적 건축물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흡사 숨겨놓은 보물처럼 구석구석 조심스럽게 서 있다. 이런 산케이엔을 다녀온 누군가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요코하마와 모순된 고즈넉함이 좋았다며 열을 올린다. 1906년 일반에게 처음 공개된 이후로 100년 이상, 산케이엔의 사계절은 많은 사람의 발길을 유혹해 왔다. 그 중 벚꽃으로 화려하게 거듭나는 이곳의 봄은 대단한 절경을 이룬다.


산케이엔으로 통하는 도로를 장식한 벚꽃 터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정원 중앙의 거대한 연못과 조화된 벚나무들의 자태에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조명을 받아 붉게 빛나는 야간의 모습도 빼어나기는 마찬가지. 점잖기로 유명한 일본의 사진가들도 명당자리를 놓고 옥신각신할 정도다.


누구와 함께라도 즐거운 한 때

어떤 이와 떠나는 지가 정말 중요한 것이 여행이다. 그에 따라 여행의 내용도, 동선도 달라진다. 특히 어디로 가야 할건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게 된다.



아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더더욱! 여기 누구와 함께라도 즐거운 요코하마에서의 선택지가 있다. 도쿄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면(실제로는 치바현에 있지만) 요코하마에는 핫케이지마 시파라다이스シーパラダイス가 있다! 섬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는 이 테마파크는 요코하마 사람들이 데이트 코스로, 놀이공원으로 애정하는 장소다. 도쿄 돔의 18배나 되는 넓이에 수족관, 바다농장, 어트랙션, 상점, 공원, 산책로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하루를 온전히 사용해도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 일본 최대급을 자랑하는 수족관과 라군은 바다 생물들을 보고, 만지고 교감할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마저 열광한다. 세계적으로도 16마리밖에 없는 ‘판다 돌고래’를 포함, 500종 이상, 10만 마리의 어류가 이곳에서 헤엄치고 있다. 다양한 테마로 Zone을 구분해 놓고 참신한 아이디어들로 신비한 바닷세계를 연출한 기발함이 인상 깊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Zone3다. 아름다운 조명을 이용해 펼쳐지는 물고기들의 군무가 꿈길을 걷듯 환상적이다. 바다 위를 돌고 도는 롤러코스터는 이 테마파크에 설치된 어트랙션의 백미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가운데 맞는 해풍이 이렇게나 상쾌하다. 일본에서 최초이자, 앞으로도 없을 유일한 해상 롤러코스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하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자이로 드롭’을 체험하고 싶다면 ‘블루폴’을 탑승해 보도록 한다. 단, 지상 107m에서 떨어지는 아찔함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것.



미나토미라이 21의 한쪽에 세워진 ‘요코하마 호빵맨 어린이 뮤지엄&몰’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호빵맨(일본어로는 앙팡만アンパンマン)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뒹굴고 뛰놀며 행복해하는 꼬마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감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함께 온 부모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197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만화와 함께 꿈을 키운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거치며 등장한 캐릭터만도 2,000개 이상!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캐릭터가 시간과 함께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이는 기네스에서도 인정한 세계 최고 기록이다. 그러고 보면 만화로 몇 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일본이다.


예를 들어 국민만화로 불리는 ‘사자에 상サザエさん’을 보자. 1969년 방송에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도 일요일 오후 6시 반이면 온 가족을 TV앞에 불러 모은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어머니와 아들이 사자에 상의 스토리로 하나가 되는 거다. 콘텐츠는 개발보다 유지하는 게 몇 배로 어렵다. 하지만 반듯하게 유지된 콘텐츠는 그 어떤 힘보다 강하고 부럽다.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가 ‘코스모 클락 21’로 불리는 대관람차다. 1989년 요코하마 박람회의 파빌리온으로 첫선을 보인 후, 세계 최대의 시계형() 대관람차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밤이면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코스모 클락 21에 맞춰 요코하마가 물들어 가는 모습은 지극히 낭만적이다. 최대 8명까지 탈 수 있는 곤돌라는 총 60대로 무려 112.5m까지 올라간다. 그 가운데 사방이 통유리로 처리된 곤돌라도 4대가 섞여 있는데 고소공포증과 무관하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날것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요코하마의 풍경과 함께 짜릿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당신이라면

2002년 전국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던 월드컵의 감동이 아직도 여운처럼 남아있다. 우리만큼 그 해의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하는 나라가 또 있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이다. 결승전이 치러졌던 ‘닛산스타디움NissanStadium’이 자리한 요코하마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참가해봤다. 닛산 스타디움 견학 프로그램이다. 베테랑 해설사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스타디움의 동쪽 게이트로 향했다. 결승전의 결과를 새겨 놓은 원형의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곳, 당시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카푸의 발과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의 손바닥이 새겨진 동판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브라질 팀이 사용했던 라커룸으로 향하는 발길은 설렘을 동반한다.


호나우두Ronaldo, 호다우지뉴Ronaldinho, 호베르투 카를루스Roberto Carlos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의 유니폼이 가지런히 걸려있는 모습에 견학 참가자들은 환호를 터뜨린다. 순간 굵은 땀방울로 치열했던 선수들의 표정이 유니폼의 백넘버로 조용히 겹친다. 그렇게 2002년 월드컵의 흔적을 좇는 사이, 주어진 1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간다.


견학의 마지막은 닛산스타디움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보는 것. 세상에나! 너무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후지산의 풍광에 다시 한번 절규와 같은 환호성이 터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린 맥주의 고향이 요코하마라는 사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 각지에 여러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만, 요코하마의 공장은 그래서 특별하다. 이곳이 운영하는 공장견학 투어는 맥주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기억해 둠이 옳다. 원료인 맥아를 만지고 먹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생산과정의 전 단계를 보고 듣는 사이 이 거품 가득한 술에 대해 해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 브랜드가 강조하는 핵심가치인 ‘이치방시보리(り)’의 맛과 제조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참고로 이치방시보리는 처음 짜낸 맥아즙을 의미하는 말로 여러 차례 짜낸 맥아즙을 사용하는 보통의 맥주들과 비교해 맛과 색이 깔끔하고 맑다.


견학의 하이라이트는 캔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다. 요점은 맥주를 따르는 요령에 있다. 먼저 캔을 높이 치켜들고 거품을 가득 내며 잔을 채운다. 그리고 거품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후에 이번에는 그보다 약간 낮은 높이에서 다시 따른다. 한 번 더 거품이 숨을 죽이면 이번에는 잔에 가까이 대고 나머지를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성미 급한 사람에게는 꽤 번거로울 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정말로 맥주 맛의 신세계가 열린다. 80분간의 견학 투어를 마치고 공장을 나오는 길, 이 모든 과정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기린 맥주에 건배를~!


요코하마를 들렀다면 ‘하카마’에 도전해보자. 하카마는 기모노 위에 바지나 치마를 덧대 입는 전통의상이다. 행동에 있어 유카타나 기모노보다 편해서 일본의 여성들에겐 근대화에 발맞춰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구화가 앞섰던 요코하마, 늘어나는 신여성에 비례해 이 옷의 보급도 급속하게 늘어갔는데 이를 ‘요코하마 하이카라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요코하마 실크센터에 위치한 ‘요코하마 기모노 스테이션’에서 하카마를 대여한 일행과 함께 산케이엔, 야마테를 돌며 사진 놀이를 즐겼다. 근대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배경과 신여성이 된 그녀들의 어울림이 그럴 듯하다. 찍는 이도, 찍히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자 만족스러운 추억이었다.


Yokohama's 특별한 맛과 기억

요코하마를 더욱 깊고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은 너무나 많다. 때문에 짧은 시간만이 허락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취사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 놓치기 쉽지만, 돌아가면 아쉬워지는 대표적인 장소와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추카가이)에 있는 ‘요코하마 하쿠란칸’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하쿠란칸은 개성만점의 기념품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요리들로 소문난 곳이다. 참고로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행렬로 늘 북적거린다.


요코하마에서 탄생한 고급 초콜렛 브랜드인 바닐라 빈스(Vanilla Beans)는 지인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그만이다. 세계 각 지역에서 생산된 카카오를 사용해 만든 초콜렛 바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쇼콜라가 특히 인기를 모은다. 하지만 이곳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초콜렛 바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나토미라이 21 지구의 숨겨진 야경 명소, 반코쿠바시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요코하마의 대표적 관광스폿인 야마시타 공원을 들르면 긴 줄로 장사진을 이루는 노란 간판 가게를 목격하게 된다. 하와이안 맛집으로 유명한 팬케익 전문점 ‘에그스 앤 띵스Eggs`n things’다. 일본에서 굳이 팬케익을 먹을 필요가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본토보다 더욱 맛있다는 소문 앞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진다


불교종파 조동종의 대본산으로 승려들의 수행정진으로 번성한 사찰이다. 요코하마라는 대도시 속에 있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경내의 분위기는 마치 어느 산사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수행을 목적으로 승려들이 매일 닦는 마루를 비롯해 볼거리 또한 적지 않은데, 경내에 빼곡하게 들어선 벚나무들이 잎을 틔우는 벚꽃 시즌은 특히 빼어나게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야마테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에리제 히카루’의 그라탕. 프랑스 요리이긴 하지만 눈으로 느껴지는 이런 분위기가 바로 야마테의 스타일이고 요코하마 스타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