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다쥐르의 전형적인 분위기와는 아주 다른 특별한 세계.
모나코의 키워드는 화려함이다. 이는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비로소 진가를 드러낸다.
사진기자는 몬테카를로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에 도착하자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로 나가 음악을 재생했다. 장 프랑소와 모리스가 부른 ‘모나코’ 또는 ‘28도 그늘 아래28°c à l'ombre’라는 이름의 샹송. 짧은 한 곡이 끝나고 그는 어릴 적 기억에 대해 말했다.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과연 내 평생에 모나코에 가는 날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늦은 밤, 테라스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동안 옆방에서 다시금 그 음악이 들려왔다. 사랑을 노래하는 두 남녀의 애절한 목소리가 무려 10번 가까이 반복됐지만 딱히 싫지 않았다. 바닷바람 타고 귓가에 온 음악 때문일까 아니면 까맣고 드넓은 바다 옆에서 별처럼 빛나던 조명 때문이었을까. 바티칸 다음으로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가 일순간 광활한 우주처럼 느껴졌다.
때는 1297년. 프랑소와 그리말디François Grimaldi는 45개 수도원이 자리한 이 땅을 점령하기 위해 험준한 산맥을 건너왔다. 같은 해 어느 날 밤, 수도사로 위장한 그리말디는 수도원 한곳에 숨어들었고 새벽녘에 경비병을 제압하고 수도원의 문을 열었다. 곧이어 수도원 밖에 진을 치고 있던 그의 군대가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고 금세 일대는 함락됐다. 프랑스 중세마을과 알프스 사이에 자리한 모나코공국. 이 사건을 계기로 700년 이상의 모나코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이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라 불리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1861년 모나코는 프랑스와 모나코 간의 조약을 통해 프랑스로의 통합이 아닌 독립국으로 남기를 결정했다. 독립과 지원금에 대한 대가로 모나코는 망통, 라 투르비La Turbie등을 포함한 영토 반 이상을 포기해야만 했다. 당시 농업국가이던 이곳은 땅을 잃음과 동시에 수입원이 대폭 감소했다. 왕좌에 있던 찰스 3Charles III세는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자 했고, 카지노와 관광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몬테카를로Monte-Carlo 지역의 몬테카를로Casino Monte Carlo는 모나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자 오늘날의 모나코와 태동부터 함께한 카지노다.
약 3만 8천 400명이 사는 모나코. 그 중 진짜 모나코인, 즉 모네가스크Monégasque는 9,000여 명뿐이란다. 그러나 모네가스크가 아니더라도 모나코에 사는 사람에게는 소득세 0퍼센트라는 파격적인 조세 혜택이 주어진다. 모나코는 집값 높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고급 맨션으로 가득한 스탠리 베이와 닮은 구석이 있다. 이런 분위기의 도시나 나라에서 나는 늘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되곤 한다. 하루는 아주 캐주얼한 복장으로 밖을 나섰는데, 저녁 내내 옷을 갈아입고 싶단 생각에 식욕이 돌지 않았다. 특히 몬테카를로에는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여행객이 적지 않았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모인다고만 들었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아 인터넷을 찾았다. 그리고 알게 된 충격적 사실. 지난해 한 시장조사 업체에서 1인당 평균 순 자산이 가장 많은 나라를 발표했는데, 2위 국가와 약 3배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모나코가 1위를 차지했단다. 아,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풍경과 약간은 들떠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었다.
굳이 세진 않았지만 아마도 태어나서 본 값비싼 차를 다 합쳐도 하루 동안 모나코에서 본 슈퍼카가 훨씬 많을 거다. 페라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처럼 익숙한 브랜드의 차도 있었지만, 본적이 없고 이름 자체가 낯선 차도 꽤 많았다. 매년 5월 셋째 주, 모나코에서는 세계적인 F1인 모나코 그랑프리Grand Prix de Monaco가 열린다. 이 그랑프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도로를 이용해 만든 서킷이다. 지금 렌터카로 달리는 도로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모나코 서킷의 일부라 생각하니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실린다. 1929년에 시작해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모나코 그랑프리는 F1 명승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15년 전쯤 인터넷에 떠도는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왕자’ 순위에서 늘 1위를 차지한 안드레아 카시라기AndreaCasiraghi. 그레이스 켈리의 손자다운 외모 감탄하며 나는 모나코라는 나라를 처음 알았다. 내 경우는 아주 독특한 케이스일 뿐, 모나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단 하나의 사건이자 모나코를 주제로 이야기 할 때 늘 따라오는 일화는 바로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의 동화 같은 결혼이다. 1950년대, 데뷔와 거의 동시에 엄청난 미모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주목받은 배우 그레이스 켈리. 그녀는 모나코에서 촬영 중 레니에 3세Rainier III를 만나고 1956년에 치러진 세기의 결혼식과 함께 5년 만에 헐리우드를 떠난다.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모나코공국 버전의 신데렐라 스토리.
그레이스 켈리의 흔적을 따라 모나코에 온 사람들은 모나코빌Monaco-Ville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잠들어 있는 모나코 대성당을 먼저 방문하고 골목을 따라 왕궁이 있는 광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 코스. 오전 시간에 광장을 방문하면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 광장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몬테카를로, 요트 마리나, 모나코 서킷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단 것도 기억해두자.
화려하고 매력적이지만 미처 나같이 평범한 인간은 닿기 힘든 세계. 모나코가 딱 그런 곳이라 생각하는 도중에 스타벅스를 발견했다. 감히 세계의 스타벅스를 통틀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몬테카를로의 스타벅스.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숍마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참으로 일관성 있는 모나코다. 익숙한 메뉴를 주문하고 가장 좋은 위치를 골라 앉아 사람 구경을 시작했다. 저녁 시간 근처라 길가에는 클럽으로 향하는 무리, 레스토랑에는 와인을 앞에 두고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이 있다. 그러다 우연히 하늘로 시선이 닿았다.
매직아워가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되는 코트다쥐르의 계절 안에서 분홍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모나코에 대한 생각이 단번에 바뀌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모나코에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었음에도 이곳을 좋아하게 되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과 아름다움이었다. 돌이켜보면 화려한 것들이 조금 더 인상 깊었을 뿐, 결국 곁에 있던 것은 누군가의 일상이었다. 공간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고 이들이 모여 이룬 풍경이 커다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라. 누가 모나코를 멀리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던가. 그는 분명 모나코에 대해 절반만 아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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