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남반부 피지의 여름여행 마나 아일랜드

 

긴 여름방학(피지는 남반부에 위치하여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이며, 11월부터 1월까지 약 2달간 여름방학이 제일 길다) 내내 온라인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계획한 스쿠버 다이빙 주니어 오픈 워터와 주니어 어드벤스 오픈 워터 교육을 위해 마마누다 군도의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에 두 차례 다녀 왔다. 최소 3일이 필요한 일정 덕분에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한 후 3박 4일로 일정을 잡아 리조트를 연결하는 첫 페리와 마지막 페리를 예약했다.

 

다음 날 아침 페리를 타고 마나 아일랜드로 향했다. 매일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아들은 휴대폰으로 책을 보는 것 같더니만 어느 새 잠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마나 섬에 도착해 리조트로 들어서니 어쩐지 한산하다. 하긴 매년 11월 중순 3주간 호주 고등학생들이 한국의 수학여행처럼 리조트 전체를 대여한 후 돌아갔으니 한산할 만도 하겠다.

 

프런트의 사미가 무척 반갑게 맞아 준다. 마나 섬에서 자라서 12년간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에 근무한 사미는 매번 투숙객이 올 때 마다 페리가 도착하는 선착장부터 리셉션까지 안내하며, 체크인과 더불어 리조트 안내를 맡고 있다. 대 그룹이 체크아웃을 한 다음 날이라 투숙객이 적어서인지 객실이 금방 준비되어 짐을 풀고 곧장 파디 다이빙 센터인 마나 아쿠아 트랙으로 향했다.

 

아들을 교육해줄 패드로Pedro 강사와 인사 후 보호자 서명이 들어간 코스 신청서를 작정하고 곧장 교육에 들어 갔다. 특이하게 스쿠버 다이빙을 경험하지 않은 아들을 위해 리조트 앞 바다에서 체험다이빙을 먼저 한다. 마나 섬 리조트 남쪽 앞바다는 마나 섬 전체 크기와 비슷한 산호군으로 둘러 쌓여 있어 다양한 스노클링 및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를 갖고 있다.

 

체험 다이빙을 위한 세가지 동작을 배운 후 첫 다이빙을 하게 된 아들. 피지에 살기에 바다와 친하고 다양한 곳에서 스노클링을 해보았지만 스쿠버 다이빙은 처음이니 신기한 듯 강사와 함께 수중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 왔다.

 

오후 일정을 위해 북쪽 해변에 위치한 마마누다 레스토랑로 향했다. 마나 리조트에는 총 5개의 식당이 준비되어 있다. 조식/중식/석식 뷔페가 준비되는 마마누다 레스토랑, 저녁 주문 메뉴가 준비되는 마마누다 비스트로, 아시안 식당인 쿨라, 일식과 피지식이 조합된 퓨전 철판 요리 식당인 나수 데판야끼, 그리고 성인만 입장이 가능한 석식 주문메뉴가 준비되는 싸우쓰 비치 레스토랑이 있다.

 

나수 데판야끼와 싸우쓰 비치 레스토랑은 꼭 예약이 필요하다. 그룹이 체크아웃을 하고 난 직후라 투숙객이 적어 마마누다 레스토랑에서만 식사가 가능했으며, 대신 철판요리를 제외한 모든 식당의 식당 메뉴가 마마누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가능했다. 아들은 피시 앤 칩, 나는 햄버거에 피지 맥주를 주문했다.

 

오후에 두 번째 다이빙 실습 후 체력이 방전된 아들은 저녁 전까지 방에서 쉬자고 한다. 마나 리조트에는 내륙에 독립 또는 두개의 객실이 함께 피지 전통 가옥 형식으로 지어진 아일랜드 부레, 아파트형으로 전부 바다를 향하고 있는 오션 뷰룸, 바다를 향해 독채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객실로 지어진 디럭스 오션 뷰 부레, 복층으로 이루어져 최대 성인 5명까지 숙박이 가능한 오션프론트 스윗, 해변 앞 커플을 위해 지어진 자꾸지 시설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비치 프런트 부레, 최고의 프라이버시가 제공되며 개인 풀과 자꾸지 시설이 있는 프리미엄 비치 부레의 총 6가지의 객실 타입이 있어 커플과 가족들이함께 머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오션프론트 스윗은 복 층 구조로 위층과 아래층에 각각 침대가 있으며, 화장실 및 샤워실도 위 아래층에 각각 따로 있다. 욕조에서의 목욕을 즐기는 아들은 묵는 내내 아래층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음악을 들으며 피로를 풀고는 했다. 조금 꽉 찬 일정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일어나보니 벌써 석양이 지난 밤이다.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워 다시 마마누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저녁메뉴로 쿨라 식당의 메뉴에서 한국의 불고기와 비슷한 블랙 페퍼 비프와 똠양꿍, 그리고 나시고랭을 주문 했다. 다소 짜게 먹는 섬사람들의 영향인지 블랙 페퍼 비프는 다소 짜서 결국 흰밥을 추가 주문해서 함께 먹여야 했다. 건강을 위해 저염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소금을 덜 넣어 달라고 요청을 해야 할 듯 하다.

 

둘째 날 아들은 오전 내내 스쿠버다이빙의 이론을 온라인으로 공부한 내용의 복습 및 중간 테스트하느라 바쁘다. 근 3시간 이상을 앉아 공부하는 아들의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하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제일 중요한 사항들을 배우는 과정이라 재학습과 질문 그리고 테스트가 꼭 필요하다. 나름 열심히 하는 아들을 보며 마나 섬을 다시 돌아 보았다.

 

1995년 첫 방문 이후 자주 찾는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는 한국에서 오는 친지들이 있으면 꼭 함께 와서 머무는 곳이다. 20년이 넘는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특히 2016년 2월 7일 피지에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사이클론 윈스톤의 영향으로 해변과 바다속이 많이 변해 버렸다.

 

페리와 다른 배들이 정박을 하는 제티가 있는 남쪽 해변은 모래들이 파도에 씻기어 내려가 전방에 있던 산호들을 뒤덮어 버렸으며, 낮에는 커플 또는 가족들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석양과 더불어 간단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었던 선 셋 비치는 비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2미터 높이까지 모래 해변이 깎이며 쓸려 가버리고 드러난 암석들만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다행히 수영장과 식당이 위치한 북쪽 해변은 이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오후 실습까지 마친 아들이 매우 허기가 진다 해서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들이 선택한 메뉴는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난 쿨라 식당 메뉴인 도시락을 주문 했다. 다소 가격이 높기는 하나 도시락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야채와 흰밥이 함께 나온다. 한국 손님들이 많이 투숙했던 기간에는 현지 한국분에게 주문하여 특별히 김치도 곁들여 나왔던 메뉴이다. 아들은 연신 스테이크가 맛있다며 결국 다음날에도 티본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말았다.

 

휴식을 취하는 아들을 방에 두고 새로이 단장한 개인 풀장이 설치된 프리미엄 비치 부레를 지나 불빛이 거의 없는 활주로 위로 들어서니 별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눈이 황홀할 정도로 수많은 별들을 보며, 사진을 촬영해야 할 지 잠시 고민 후 재빨리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던 아들을 데리고 다시 활주로로 향했다. “별은 집에서도 불 수 있는 데…… 뭐 그래도 아빠와 밤 산책하지 뭐”하며 따라 나온 아들이 고장이 나서 껌뻑껌뻑 하는 낮게 설치된 가로등을 보더니 귀신이 나올 것 같다며 내 뒤로 숨는다.

 

도착한 활주로 위를 가득 채운 별을 보며 우리 둘 다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고 시간도 늦어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아들의 마음속 가득 별을 담아준 것으로 만족을 하며 다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드디어 오픈 워터 코스의 마지막 날이다. 아들은 2번의 개방 수역 다이빙 이후 오후에 최종 필기 시험을 봐야 한다. 이걸 통과해야 주니어 오픈워터 자격이 주어지며 일반 다이버들과 함께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다음날 별탈 없이 아들은 무사히 과정을 통과 하여 자격을 획득하고 말았다. 이제 자격증을 취득한 아들을 위해 상어 다이빙을 가기로 했다.

 

자격을 획득한 아들과 함께 상어다이빙 포인트인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피지는 케이지 없이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상어 다이빙을 보기위해 전세계 다이버들이 찾는 곳이다. 다만 상어 다이빙의 시작이 마나 섬의 다이빙 포인트인 슈퍼마켓인 것을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30년 전 지금은 타계한 마나 아일랜드의 직원이었던 아피사이 바티씨가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상어 다이빙을 처음 시작하였으며, 이후 여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현재 퍼시픽 하버에서 아쿠아트랙 다이브 숍을 운영하는 브렌던 패이지씨가 황소 상어와 타이거 상어 먹이를 주며 벵가리프에서 상어 다이빙을 시작 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나의 슈퍼마켓 포인트에서는 대형 상어가 아닌 리프 상어인 블랙 팁 상어, 화이트 팁 상어 그리고 그래이 리프 상어를 볼 수 있으며 극히 드물게 널스 상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장비를 착용하고 다이버 마스터와 입수를 한 아들. 그런데 벌써 상어들이 주위를 돌고 있다.

 

바닥에 자리를 잡고 나니 배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먹이 상자 그리고 상어들이 떼로 몰려 든다. 일반적으로 리프 상어들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 보다 큰 대상은 공격을 하지 않기 때문. 다만 먹이를 주는 경우에는 흥분을 하기 때문에 절대 다이버들이 먹이를 먹는 상어들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한다. 10분간의 상어 다이빙 이후 다른 다이버들과 바닷속 풍경속에 곰치, 라이언 피쉬를 비롯한 다른 해양 생물들도 보고 무사히 아들의 첫 펀 다이빙을 마무리 했다.

 

아들과의 첫 여행 이후 올해 1월 다시 방문한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 물론 같은 다이빙 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이점이 있기도 해서이지만 제일 큰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피지의 어떤 리조트를 가더라도 재방문을 하게 되면 꼭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 주는 직원들 만나게 된다.

 

거기에 근 40년을 운영하며 첫 오픈부터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한 직원들이 있는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의 직원들은 내가 페리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반갑게 맞아 준다. 그리고 지나가며 만나더라도 꼭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는 오래 근무한 직원들, 마나 아일랜드 리조트만이 아닌 대부분 섬 리조트들이 방문객을 꼭 다시 재방문을 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아이를 맡기고 물놀이를 가도 자신의 아이들처럼 돌봐주고 놀아 주는 키즈 클럽의 피지언 직원들, 다른 지역처럼 프로페셔널 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오염되지 않은 리조트의 잔연 환경과 더불어 직원들의 여유로움이 정말 힐링이 되는 휴식을 만들어 내며, 정이 넘치는 직원들 덕에 꼭 고향이나 친지의 집을 방문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 이것이 마나 섬을 비롯한 피지의 섬 리조트들이 방문객들에게 걸어주는 그들의 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