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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사카 그린파인 호스텔

 

다양한 숙박 시설이 등장했지만,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그래도 호스텔이다. 오사카 그린파인 호스텔에서 오랜만에 여행의 낭만을 느끼고 왔다. 주요 관광지와 가깝고 시설이 훌륭해 오사카 여행객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배낭여행과 호스텔은 실과 바늘처럼 뗄 수 없는 관계다. 저렴한 버짓 호텔, 에어비앤비 혹은 남의 집 소파에서 잔다는 카우치 서핑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음에도 왠지 ‘배낭여행’은 호텔보다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와 더 잘 어울린다.

 

약 20년 전, 그러니까 20대들이 삶의 쉼표와 도전을 내세우며 여행을 떠나기 시작할 때, 숙박에서 그들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호스텔이었다. 나의 첫 여행도 그랬다. 스물 네살 여름, 나는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유럽 땅에 발을 디뎠다. 항공권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오히려 여행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을 쏟은 쪽은 숙소였다.

 

외국에서 첫 여장을 푼 곳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너레이터 호스텔 코펜하겐이었다.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 없고, 기숙사 생활도 해본 적 없는 내게 이곳의 분위기는 낯설었다. 2층 침대가 있는 혼성 도미토리, 공용 화장실이며 공용 주방, 공용 세탁실까지. 어눌한 영어로 한방을 쓴 7명의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니 호스텔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날 이후 나는 시내 외곽에 위치한 값싼 호텔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유럽 각지의 호스텔에서 한 달을 보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도 호스텔로 마음을 돌렸다. 좁고 비싼 호텔에서 묵느니 관광지와 가깝고 가격도 합리적인 호스텔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3박 4일의 여행을 함께한 곳은 오사카에 있는 그린파인 호스텔. 무엇보다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난바와 도톤보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오사카시 주오구 가와라야마치에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난카이선을 타고 닛폰바시 역에 내려서도 도보 10분만에 도착한다. 이 호스텔을 택한 이유가 또 있다. 일본에서는 숙박업 허가증을 받아야만 정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그린파인 호스텔은 정식 숙박업소로 등록돼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그만큼 투숙객이 믿고 숙박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투숙객 대다수는 한국인이다. 온돌방, 침대방, 2인실, 4인실 등 친구는 물론이며 가족 단위 여행객의 방문 비율도 높다. 각 객실에는 집 화장실과 똑같은 구조의 욕조와 화장실을 배치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이용할 경우 가성비면에서 훌륭하다. 비수기 평일 기준으로 2인실 7천엔, 4인실은 1만엔. 한 사람당 2,500엔에서 3,500엔이면 호텔과 똑같이 욕실이 갖춰진 방에서 숙박할 수 있는 셈이다. 성수기 가격은 1인당 500엔~1천엔 높지만 이 역시도 호텔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수십년간 호스텔을 운영한 주인과 한국인 직원들의 친절함은 호스텔이라는 장소에서 오는 낯선 느낌을 걷어냈다. 카운터에서는 여행정보, 일일투어, 기모노 체험, 간사이 공항 리무진 예약 등의 서비스를 한국어로 안내받을 수 있다. 각층 보조 주방에는 냉장고 및 취사도구, 세탁기 및 정수기가 있으며 여성을 위한 파우더룸, 1층 공용 주방, 거실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객실에는 휴지, 샴푸, 바디샴푸, 치약, 타월, 드라이기를 구비해 칫솔과 면도기 정도만 챙기면 된다.

 

마지막 날 체크 아웃을 하며 막 수능을 마치고 온 학생들을 만났다. 호스텔 여주인은 아침식사로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를 내줬다. 늦은 아침을 먹는 동안 그들은 수족관에 갔다 오후에 쇼핑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정리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첫 여행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랜만에 호스텔에서 지내보니 왜 그 추억을 잊고 살았나 싶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시 긴 여행을 갈 기회가 온다면 호스텔에서 묵어야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분명 그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되어 또다시 나를 떠나게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