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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천공항 캡슐호텔 숙박 이용후기


공항에서 보내는 밤, 노숙이라는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호텔인 다락휴의 이야기다. 인천공항 내에 자리한다는 장소적 특성에 국내 최초 캡슐호텔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오픈과 동시에 연일 화제를 모으는 곳. 왜 우리는 다락휴의 새로운 등장에 열광하는가.


지난 가을, 몇 년 만에 혼자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라운지도, 커피숍도 없는 면세 구역 밖에서 다섯 시간을 대기할 일이 있었다. 다섯 시간쯤이야, 20대 때 공항에서 가방을 베개 삼아 잔 적이 여러 번인 내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거다.


아, 9월 말 세르비아의 새벽은 정말로 추웠다. 지갑에 돈이 넉넉함에도 편히 앉을만한 곳이 없어 슬펐고, PP카드가 있지만 탑승 수속 가능 시간까지 한참 남아 출국장 근처에도 못 간단 사실에 화가 났다. 직전에 함께 출장을 다녀온 블로거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방에 사는 까닭에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엔 출국 전날 공항 근처 호텔에서 비싼 돈을 주고 잠을 청하고, 귀국편이 늦어져 차편이 없을 때는 첫차가 다니기 전까지 공항에서 노숙하거나 모텔에서 쪽잠을 잔다고. 당시엔 뭐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체크인 카운터를 바라보며 추위 속에서 세 시간 반을 보내고 나니 그의 마음을 알겠더라. 공항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말이다.


2017년 1월 20일, 인천공항 교통센터 1층에 국내 최초의 캡슐호텔이 문을 열었다. 다락휴 오픈 소식을 듣곤 세르비아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서 보낸 추운 가을날 아침이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전국 각지의 사람이 애타게 기다렸을 바로 그 공간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다락휴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지방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반대로 입국 후 돌아갈 차편을 기다리기 위해 다락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꽤 있다. 그 외에도 낮 시간 휴식이 필요한 공항 근무 직원, 근처에 살아 한 번씩 들리는 고객도 종종 있다. 이를 다 합쳐도 결국엔 출국 전 또는 입국 후 투숙객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들에게 공항 내 호텔의 존재는 접근성 면에서 10점 만점에 10점. 다른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 셔틀버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이동에 드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공항철도를 타고 내려 반 층짜리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곧이어 다락휴가 눈에 들어온다. 동편, 서편 각 30개씩 총 60객실을 보유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이 정도 숫자의 객실이 있는지 짐작이 어렵다. 그만큼 안팎으로 공간 활용능력이 뛰어난 호텔이다. 다락휴 60개 객실은 네 개의 룸타입으로 나뉜다. 샤워실의 유무와 싱글 그리고 더블베드로 구분 짓는다. 인기 있는 타입은 더블룸과 더블 샤워룸. 객실은 호텔의 이름처럼 휴식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도록 설계됐다. 시몬스 침대, 잠케어 구스 기능성 베개 등 숙면과 휴식에 필요한 것은 추가하고 방해가 되는 티비, 라디오 등은 디자인 시 과감히 배제했다. 휴식을 목적으로 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선사하는 셈이다. 다락휴는 하나의 유닛 안에 객실이 있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한 유닛에 방음재가 이중, 유닛과 유닛이 붙어있어 사중으로 소음을 차단하니 객실 간 소음으로 휴식을 방해받을 일이 적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호텔 안에서 또 한 번 큰 깨달음을 얻고 간다. IT 기술과 사물인터넷이 만나 카드키가 필요 없어졌다. 호텔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키가 없는 키리스 시스템은 다락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설치하면 입구의 문은 물론 객실 내 조명과 온도 등도 손바닥 안에서 컨트롤 할 수 있다. 아직 체크인, 체크아웃은 프론트데스크를 거쳐야 하지만 조만간 영화관의 모바일 시스템처럼 투숙객이 원하는 객실 지정하고,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 키 없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해당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 키리스시스템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빠른 체크인, 체크아웃이라는 다락휴의 목표는 완벽히 현실에서 구현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캡슐호텔은 개인용 샤워실 있는 호텔일까 아닐까. 정답은 규모나 컨셉에 따라 있기도, 없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본식 캡슐호텔은 간신히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반면, 미니호텔에 가까운 유럽식 캡슐호텔도 있다. 다락휴는 유럽식 캡슐호텔을 지향한다. 흔히 캡슐호텔이라 하면 일본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다락휴는 공간, 가격 면에서 일본식 캡슐호텔과 차이를 보인다. 다락휴가 선보이는 유럽식 캡슐호텔은 프라이버시와 편의성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뛰어난 개인 공간을 보장한다. 6시부터 20시 사이는 데이타임으로 기본 세 시간 요금이 싱글룸 2만 3200원, 더블샤워룸 3만 6000원이며 오후 8시 이후에 입실 시 12시간 나이트 이용 금액이 적용돼 각각 5만 5000원, 7만 5000원이다. 추가 요금은 시간당 4천원. 잠시 쉬고 싶은 이들에게 시간 단위로 과금하는 방식은 합리적이다. 이만하면 경제성과 공항에 위치한다는 편리함까지 모두 충족하는 셈이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캡슐호텔 다락휴의 오픈. 직접 확인한 결과 연일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유행처럼 반짝 지나가는 게 아니라 다락휴를 향한 여행자들의 관심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듯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합리적이고 편안한 쉼터. 다락휴는 이를 어떤 곳보다 잘 아는 호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