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아름다운 자연의 관광지 아오모리


아오모리의 자연은 따뜻하다. 엄마의 품 같다. 그리고 겸손하다. 아름답지만 도도하지 않다. 그런 아오모리를 닮은 호시노 리조트, 머무름은 고요하고 꿈결같다. 리드미컬한 ‘오이라세 계류’의 물줄기에 귀를 기울이다 문득 찬미하고 싶어졌다. 이처럼 편안한 자연이 또 있을까?


지난 가을, 아오모리를 찾았다. 일본 혼슈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현이다. 내겐 첫 발걸음으로,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유일하게 들러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었다. 마지막으로 찍는 '방점'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출발 전날 '이례적'으로 잠을 설친 것도 그래서다. 부족한 수면에 대한 보상은 만족이었다. 아오모리의 여정 내내 감탄했다. 마치 오랜 시간 달려온 뮤지컬의 '절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깊은 인상을 남기려고 작정한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로 감동받는 ‘피날레’ 말이다. 특히 ‘도와다하치만타이’국립공원의 특별한 자연 앞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산과 숲과 계곡과 물이 아름답게 조화된 풍경은 몇 번을 거듭해도 질리지 않았다. 그 가운데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이자 특별 명승지인 오이라세 계류는 더욱 그랬다.


변화무쌍한 계곡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산책, 오이라세 계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이라세 계류는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다. 하지만 이게 보통의 물줄기가 아니다. 무려 14Km에 달하는 긴 거리, 200m의 표고 차를 넘나들며 휘도는 물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의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에서 사계절을 지내며 카메라에 담아가는 이유다. 물길 옆으로는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한 길이다. 계곡은 원시림이 떠오를 만큼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단 몇 걸음 만으로도 금새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물은 다양한 속도와 모양으로 숲을 가른다. 잔잔하게, 혹은 급하게 전환하는 물줄기의 변화무쌍함이 정말 신비롭다. 때때로 크고 작은 바위와 낙차가 심한 지형을 만날 때면 범같이 사나워지기도 한다.



일본의 미디어에도 자주 등장하는 ‘아슈라노나가레’가 그 중 으뜸이다. 14개나 되는 폭포도 빼 놓을 수 없다. 높이 20m를 자랑하는 삼단 폭포 ‘쿠모이노타키’, 우레 같은 소리와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는 ‘초시오타키’에서는 오래도록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오이라세 계류의 탐험을 시작한 얼마 후, 놀랍도록 개운한 심신이다. 복잡한 생각과 삶의 무게도 스르르 녹아 내린다. 청순한 자연, 맑은 물을 벗삼은 효과다. 계류의 한쪽 끝은 ‘도와다코’와 닿아있다. 약 20만년 전의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칼데라호다. 호수로는 일본에서 세 번째인 수심(327m)과 거울 같은 투명함으로 이름이 높은, ‘도와다하치만타이’국립공원의 자랑이다. 오이라세 계류는 바로 이 호수를 근원으로 하고 있다.


감탄할 수 밖에 풍경, 핫코다산

조금 세게 말해볼까? 핫코다산은 아오모리 자연의 끝판왕이다. 삼일 동안 이곳이 보여준 풍경에 줄곧 감탄했다. 가을을 맞아 울긋불긋한 골짜기는 시리도록 곱다. 오묘한 색채의 조화가 이 세상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곳의 단풍은 갈색과 노란색이 주를 이루고 있어 특히 이채롭다. 알고 보니 너도밤나무가 부린 마법이다. 산의 구비구비 나 있는 도로는 눈이 많은 겨울만 제외하면, 천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앉아만 있어도 얻어지는 아름다움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한편, 값없는 대가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사계절, 핫코다산을 만끽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로프웨이다. ‘산로쿠역’에서 시작해 ‘산초코엔역’을 잇는 2.5Km의 로프 길은 아슬아슬하지만, 붉은 주단을 깔아 놓은 듯 황홀한 경치가 무척이나 곱다.



하지만 진면목은 겨울이다. 얼음이 된 나무들의 사이를 활주하는 스키어들로 장관을 이룬다는 후문이다. 연못과 늪으로 둘러 싸인 산초코엔역의 근방은 고산식물의 보고다. 더불어 좋은 전망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역을 나와 몇 걸음, 산정 전망대에서 이를 실감했다. 운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희미한 봉우리가 마치 거대한 비행물체를 연상케 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같다. 아오모리의 최고봉인 이와키산(1625m)의 자태다. 그 아래로 펼쳐진 능선들도 그림 같은 실루엣을 보탰다. 잊기 힘든 순간이다.


네부타의 집, 와랏세WA-RASSE

아오모리에 수려한 자연만 있는 건 아니다. 아오모리 방식대로 보존, 계승된 전통문화도 여행자를 유혹한다. 그 중 최고는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ねぶた’다. 축제기간 중, 거대한 종이인형(등의 역할을 한다)을 실은 수레가 거리를 행진한다. 이 수레를 네부타라고 하는데 삼국지, 수호지 같은 중국의 고전과 바다를 건넌 '요시츠네'등 일본의 옛 이야기를 주제로 꾸며진다. 매년 8월2일부터 7일까지 거행되는 이 축제를 이를 보기 위해 아오모리를 찾는 관광객만 3백만 명, 가히 지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이 마츠리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은 '네부타의 집, 와랏세'를 찾는다. 이곳은 네부타와 관련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실제 사용되었던 네부타들의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세밀함을 요구하는 네부타의 제작과 구조에 감탄하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만 지나간다. 이제까지 단 6명에게만 수여되었다는 ‘네부타 명인’의 칭호, 그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명인코너도 공들여 볼 만하다. 네부타가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이곳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네부타 마츠리에 더욱 끌리는 이유다.


진짜 아오모리에서 쉬다!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リゾート

이만큼 아오모리에 동화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아오모리의 자연과 문화가 살그머니 내려앉은 듯, 푸근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품격 있는 서비스는 온기를 품고 있었다. 직원들의 미소는 다정했다. 낯선 아오모리가 내 집처럼 편안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리조트 체인 '호시노 리조트'의 얘기다. 현지의 분위기를 충실히 반영하기로 명성이 높은 철학, 기대는 했지만 그 이상이다. 호시노 리조트가 아모모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숙소는 총 2곳. ‘아오모리야’와 ‘오이라세계류 호텔’이다. 형제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호시노 리조트의 색깔이 이렇게 다양하게 묻어나는구나 싶을 만큼.



먼저 찾은 아오모리야는 화사한 리조트였다. 아오모리의 ‘문화’가 짙게 녹아있었다. 객실은 236개, 규모가 큰 리조트다. 내가 머문 곳은 ‘이쿠테라’라고 불리는 와실()로, 다다미 방에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다. 전통과 모던함, 두 가지를 한 공간에 구현한 모습이다. 창문 앞에 놓여있는 큼지막한 소파도 눈에 띈다. 폭신함에 몸을 묻고, 바라보는 아오모리의 하늘과 숲이 더욱 정겹다. 부대시설을 잘 활용할 것. 특히 공원은 꼭 걸어볼 것! 이라는 지인의 당부를 떠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산책 대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우루루’라는 이름의 말이 끄는 마차에 올랐다. 22만평에 달하는 공원의 면적, 시간에 쫓기는 내겐 너무 넓었다. 마차는 본관 옆에 위치한 서대문을 시작으로 우키미도, 후우린쿄, 난부 마가리야를 거쳐 다시 서대문으로 돌아온다.



공원 중앙에 있는 커다란 호수의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마차 안에서는 마부의 가이드가 이어졌다. 재치 있는 입담에 웃음꽃이 피었다. 도중에 전통 가옥들도 보였다. 그 가운데 L자형의 가옥이 ‘난부마가리야’다. 아오모리 남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민가다. L혹은 ㄱ자로 꺾인 형태는 말과의 동거를 위해 고안한 구조다. 과거 아오모리는 말과 친숙했다. 농사에 말이 사용되었고, 누군가의 결혼식에도 말을 대동하고 참석하곤 했다. 그런 전통은 오늘 날도 유효한 듯 하다. 마차를 끌던 ‘우루루’, 알고 보니 ‘부장’이라는 엄청난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저녁, 아오모리야가 더욱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특히 아오모리의 전통 공연과 함께하는 식사는 무엇보다 특별했다. 공연 레스토랑인 '미치노쿠 마츠리야みちのくりや'에서다.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요리들이 테이블 가득 나왔다. 맛의 고장인 아오모리에서 이런 상차림과 마주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식사를 마칠 즈음 공연이 시작됐다. 아오모리의 전통악기 '츠가루 샤미센'의 고운 선율을 스타트로, 하네토(네부타 마츠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군무가 역동적으로 이어졌다. 클라이막스는 네부타 마츠리의 재현 퍼포먼스였다. 실제의 네부타보다 작지만,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에 분위기는 절정으로 향했다. 완벽한 공연에 박수를 치다 한가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실 이 리조트의 평범한 직원들이라는 거다. 업무를 병행하며 공연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을 그들. 호시노 리조트가 오늘 날 이만한 명성을 갖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연과 하나된 휴식, 호시노리조트 오이라세계류 호텔リゾート ホテル

이름처럼 오이라세계류를 닮았다. 리조트라고 부르기 미안할 만큼, 비현실적으로 고요하고 아름답다. 오이라세계류에 세워진 대형 숙박시설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오이라세계류를 보호하고 알리는 데 언제나 앞장선다. 객실 수는 189개로 아오모리야보다 적다. 그렇기에 오히려 쾌적한 휴식이 가능했다. 키를 받고 문을 여니 널찍한 다다미 방에 침대가 보인다. 아오모리야와 동일한 구성이다. 커튼을 젖히니 깊은 삼림이 나를 반긴다. 저렇게 많은 나무가 다 내 것이라는 기분에 살짝 흥분도 된다.



피톤치트를 호흡하며 잘 생각을 하니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오이라세계류 호텔이 가진 7가지 타입의 방이 모두 이렇다. 오이라세계류의 경관과 함께 이 호텔을 빛내는 것은 음식이다. 특히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과일 ‘사과(일본어로는 링고 りんご)’를 이용해 만든 요리들의 색다른 맛은 감동이다. 그 가운데 뷔페 레스토랑 ‘링고키친’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이름부터 사과를 내세운 이곳은 온갖 종류의 사과 요리로 가득했다. 훈제연어, 오리고기, 스프, 튀김 등, 여러 종류의 요리에 아오모리의 사과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익숙하지 않은 조합에 망설임도 잠시, 몇 접시를 해치웠다.


모닝커피와 함께 즐기는 오이라세계류 호텔의 랜드마크

라운지의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청동 조각품도 이 호텔의 자랑이다. 일본 현대미술의 선각자로 불리는 ‘오카모토 타로 ’가 제작한 대형 난로다. 이름은 '모리노 신와()'. 숲이 보이는 커다란 창을 배경으로 한 모습이 자연과 하나됨을 표방하는 오이라세계류 호텔과 그럴듯하게 어울렸다. 이곳에서도 역시 사과를 이용한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추천을 받은 것은 달콤한 '링고 밀푀유’였다. 사과를 올린 예쁜 데코레이션은 기본. 바삭거리는 페츠츄리, 그 안으로 스며드는 사과의 달콤함! 세상에는 이런 맛도 있었다. 함께 주문한 '류우스이 커피' 또한 일품이었다. 오이라세의 깨끗한 물을 사용해서인지, 깊은 향에 비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모래시계에 맞춰 잔에 따르도록 하는 치밀함에도 마음이 갔다. 고객을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이 기분 좋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