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브루나이에 대해 알고 싶은 것 Brunei, More Than You Thought
여기 작은 왕국이 하나 있다. 기적적으로 발견한 석유를 벽돌 삼아 전례 없는 화려한 성을 쌓아 올린 곳. 황금빛 지붕 아래에는 남부럽지 않은 혜택을 누리는 국민이 살고, 이 땅을 감싸 안은 초록빛 숲에는 보르네오 섬의 싱그러운 생명이 움트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제일가는 부유한 나라이자 낯설지만 자꾸만 궁금한 그곳, 브루나이의 이야기다.
석유가 넘쳐나는 부유한 나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브루나이를 아는지 물어본다면 답은 아마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세계 5위 부자 국가로 유명한 브루나이의 정식 명칭은 네가라 브루나이 다루살람Negara Brunei Darussalam, 평화가 깃든 살기 좋은 브루나이라는 뜻이다.
“저 멀리 황금색 돔이 보이시나요? 금빛으로 칠한 게 아니라 다 진짜 금이에요. 하지만 브루나이에는 금광이 없어요.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 것이랍니다.”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은 황금 모스크에 한번 놀라고, 공식적으로 밝혀진 왕의 재산만 29조라는 가이드의 말에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석유가 넘쳐나는 부유한 나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브루나이를 아는지 물어본다면 답은 아마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세계 5위 부자 국가로 유명한 브루나이의 정식 명칭은 네가라 브루나이 다루살람Negara Brunei Darussalam, 평화가 깃든 살기 좋은 브루나이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 동쪽, 보르네오 섬 북서쪽 해안을 따라 자리한 이 나라를 말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자 그리고 동남아 제일의 산유국이다. 제주도 크기의 세 배만 한 작은 나라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된 모든 공은 1929년에 기적처럼 발견한 석유에게 돌아간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지금도 브루나이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의 90퍼센트를 담당하는 귀한 존재다.
석유산업으로 현대문명에 들어선 브루나이의 진짜 자랑거리는 이거다. 주체할 수 없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선보인 파격적인 복지 정책. 브루나이 돈 1달러면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기본, 대학 등록금 면제, 개인 유학도 정부에서 지원한다. 대부분의 산업은 국왕을 비롯한 로열패밀리의 소유인데, 국민 90퍼센트 이상이 정부가 세운 기업에서 근무한다. 동남아시아 여타 나라와 비교해 연봉, 기업에서 제공하는 복지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 누구나 정부 기업에서 근무하기를 꿈꾼다.
이 정도면 스웨덴의 복지 천국이라는 타이틀을 넘봐도 될 정도. 한 번쯤 이민을 꿈꾸게 하는 브루나이이지만 현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성은 국교인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브루나이 사람과 결혼해 15년이 지나야 비로소 이 모든 혜택을 누리는 브루나이 국민이 된다. 남성에게는 이런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현재 브루나이에 사는 거의 모든 외국인은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거주자 정도로 분류되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이쯤에서 이민의 꿈은 꿈으로만 남겨두시길.
수도인 반다르스리브가완Bandar Seri Begawan으로 가면 왕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만든 거대한 모스크가 눈에 들어온다. 대개 브루나이 여행은 이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Omar Ali Saifuddin Mosque는 현 국왕이 자신의 아버지인 28대 국왕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을 기리기 위해 세운 모스크다. 금으로 된 모자이크, 이탈리아 대리석 등 하나부터 열까지 고급자재로 구성한 브루나이의 대표 건축물. 각종 브로셔나 홍보에 등장하는 이미지의 주인공이 여기다.
29대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여 건축한 모스크도 있다. 자메 아르스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Jame’Asr Hassanil Bolkiah Mosque는 4천 5백 명까지 수용 가능한 브루나이 최대 규모의 모스크로 29대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어 29개 황금 돔을 세우고 건축에 29톤의 금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관광객은 긴 팔, 긴 바지 차림 또는 입구에서 무료로 대여하는 이슬람 전통 복식 아바야를 입고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 가능하다. 입장이 허가된 곳 중 하나인 남성 기도실은 유럽의 여느 왕궁 못지않게 화려하다.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카펫, 필리핀에서 공수한 최고급 목재로 만든 문. 이 드넓은 공간에 3천 명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은 분명 장관일 것이다.
600년 브루나이 왕조의 역사와 29대 국왕의 발자취가 궁금하다면 왕실 박물관인 로열 리갈리아 센터RoyalRegalia Centre로 향하자.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국왕 대관식에 사용된 황금 마차이지만, 국왕의 유년시절 물품, 왕족의 사진, 금으로 치장한 미니어처, 한국에서 선물한 청자와 금관을 포함해 각국 대표에게 받은 선물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국왕은 이스타나 누룰 이만Istana Nurul Iman 궁전에 거주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거주지이자 왕궁규모로서도 세계 톱이다. 왕이 살고 있는 곳인만큼 당연히 일반인은 입장 불가. 브루나이 강 위에서 배를 타며 숲 사이로 빼꼼 내민 지붕 정도를 구경하는 게 전부다. 단, 1년에 딱 3일, 먼발치에서만 보던 왕궁에 가까이 갈 기회가 주어진다. 라마단 기간 이후 3일 동안 입구의 한 부분을 개방하고 국왕이 나와 국민과 악수를 한다. 3일간 35만 명이 이곳을 방문해 대규모 축제에 가깝다. 알면 알수록 억소리나는 왕가의 씀씀이지만, 직접 국민을 만나는 행사도 열고 무엇보다 높은 복지 수준을 자랑하니 브루나이 사람의 왕실을 향한 사랑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브루나이는 술탄이 나라를 다스리는 이슬람 왕정 체제 국가다. 국교 역시 이슬람교. 금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브루나이의 공식 기도시간으로 관공서, 쇼핑몰, 상점, 레스토랑 등 모든 시설의 문을 닫도록 법으로 지정했다. 도시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브루나이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있단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히잡을 쓴 여성, 할랄 음식점도 눈에 띄지만 술과 담배가 없다는 사실이 큰 몫을 한다. 타 이슬람 국가도 호텔이나 주류 판매 전문점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술을 판매하기 마련인데, 딱 잘라 말해 브루나이에서는 구할 수 없다. 단, 여행자가 가져오는 것은 오케이. 무슬림이 아닌 만 18세 이상의 성인은 입국 시 2병의 와인 또는 맥주 12캔까지 허용된다.
담배도 반입은 가능하지만 담뱃값보다 비싼 세금을 부과한다. 외국인이라도 시야가 탁 트인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니 주의하자. 브루나이는 건강한 나라다. 매주 일요일을 체육의 날로 지정해 차로를 봉쇄하고 새벽부터 정오까지 마라톤, 사이클 경기를 개최하는 곳이다. 실은 왕이 스포츠를 사랑한다. 폴로를 가장 좋아하며 국민에게 배드민턴, 줄다리기 등도 적극 권장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오랜 격언처럼 브루나이에서는 브루나이의 법을 따르길. 금지된 것들과는 잠시 이별하고 모처럼 건강한 여행을 즐겨보자는 거다.
브루나이에서 무엇을 먹을까. 나라만큼이나 알쏭달쏭한 브루나이의 음식이다.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유로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도 말레이시아의 영향을 받았다. 레시피나 소스가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바꿔 아주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 기름에 튀긴 닭과 쌀밥 그리고 삼발 소스를 함께 먹는 나시 카톡Nasi Katok은 한 접시 안에 한 끼 식사를 담은 브루나이식 패스트푸드. 야시장뿐만 아니라 호텔에서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암부얏Ambuyat은 브루나이 현지인이 즐겨 먹던 전통 음식이다. 사고 야자나무SagoPalm 줄기에서 추출한 사고Sago 가루를 물에 풀어 찰기 있게 만들고 이를 주메뉴 삼아 다양한 사이드 디쉬를 곁들이는 것. 하얀 반죽을 담은 그릇에 젓가락 같은 형태의 포크를 푹 넣은 뒤 잘 뭉치게 돌돌 마는 것이 암부얏을 먹는 방법의 핵심이다.
전통음식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면 선택의 폭은 훨씬 넓다. 시내를 돌며 현지에 버금가는 수준의 맛있는 태국요리, 한식, 일식 등도 즐길 수 있다. 단 한끼로 브루나이 로컬의 식탁을 만나고 싶다면 사리왕이 레스토랑PondokSari Wangi Restaurant을 추천한다. 제루동 지점을 포함해 브루나이 도심에 4개의 체인점을 둔 유명 씨푸드 레스토랑이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메뉴판을 빼곡히 채우는데,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 요리가 많아 식사 내내 입안이 즐겁다.
싱가포르나 마카오를 제외하고 동남아 지역 중 이렇게 깨끗한 곳을 또 본 적이 있던가. 유명 관광지 앞에서 늘 마주하던 그 흔한 구걸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인파가 북적이는 길목에도 쓰레기가 없다. 그늘 밖에 서면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히는 날씨는 똑같은데, 그동안 알던 동남아시아의 이미지와는 판이하다. 브루나이를 구성하는 네 개의 지역인 브루나이 무아라Brunei-Muara, 벨라잇Belait, 투통Tutong, 템부롱Temburong 중 수도와 번화가가 모인 브루나이 무아라 지역은 특히 더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다. 여행자의 브루나이도 이곳에 집중되어있다.
현대적인 브루나이를 만나고 싶다면 쇼핑몰과 야시장이 자리한 가동Gadong 지역으로 향하면 된다. 브루나이 사람 구경은 여기서 다 한다. 150여 개 상점이 들어선 더 몰The Mall은 브루나이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로 쇼핑을 위한 최고의 장소다. 국민 대부분이 차를 소유해 거리에서 좀처럼 사람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옷가게나 잡화점뿐 아니라 음식점도 들어선 까닭에 많은 사람이 가동으로 모인다. 더 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야시장이 등장한다. 매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오픈을 시작해 자정이 돼서야 문을 닫는 활기찬 시장이다. 본래 노천시장이었지만 최근 국왕의 명으로 건물을 세워 실내 야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신선한 식재료,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 것이 특징으로 가동 내에서 더 몰과 함께 현지인들이 손꼽는 명소다.
대다수가 복지, 엄청난 부의 존재로 브루나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지만 내 경우는 좀 달랐다. “브루나이라는 곳에 아주 큰 놀이동산이 있는데, 그 나라 사람은 입장이 공짜래.” 일 년에 한두 번, 며칠 내내 부모님을 졸라야 갈까 말까 한 놀이동산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니. 비행기라곤 제주도 갈 때 타본 게 전부였던 어린 내가, 한동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게 한 곳의 정체가 바로 제루동 파크였다. 1994년 개장한 제루동 파크는 한 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놀이공원이었다.
1996년에는 국왕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이곳에서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가 열렸는데, 이웃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합해 수만 명이 모이기도 했단다. 유년시절에 들은 꿈의 놀이동산 이야기는 이젠 아련한 과거. 현재는 입장료를 받고 일주일 중 목, 금, 토, 일 총 4일만 오픈하지만, 제루동 파크는 여전히 가족을 위한 브루나이 최대의 테마파크다. 직접 타진 않더라도 어깨너머로 놀이기구를 구경하고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 콘서트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책 후 입구 앞 맥도날드에서 식사까지 한다면 브루나이 가족의 주말을 완벽히 경험한 셈이다.
연중 쾌청한 날이 많고 물이 따뜻하며 바람까지 도와주는 곳. 브루나이는 워터스포츠를 즐기기에 축복받은 환경을 자랑한다. 옆 나라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로컬이 추천하는 워터스포츠 명소는 세라사 비치Serasa Beach다. 제트스키, 카야킹, 윈드서핑, 세일링, 워터스키,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까지. 브루나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비치인 만큼 다채로운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다이빙 마니아라면 더욱 환영이다.
세라사 비치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이동하면 환상의 물빛을 자랑하는 바다를 만난다. 다이빙하기 좋은 시기도 3월부터 10월까지로 꽤 길고, 브루나이 베이 근처에 난파선이 많아 웬만한 다이빙 포인트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의 잔해가 바닷속 곳곳에 숨어있다고 하니 모험심 넘치는 다이버라면 꼭 도전해보길. 더불어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라부안까지 가는 페리를 타고 라부안에서 다시 페리로 5시간을 이동하면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할 수 있다.
16세기 초, 브루나이에 온 유러피안들은 브루나이를 ‘동양의 베니스’라 불렀다. 강을 낀 아름다운 도시라면 어느 곳에나 어울리는 별명이지만, 아시아의 그 어떤 곳도 브루나이의 캄퐁 아에르Kampong Ayer만큼 리얼할 수는 없다.
천 년 이상 유지된 동남아 최대 수상 가옥 구역인 캄퐁 아에르는 브루나이 강 위에 자리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물 위에 사는 3만 명의 사람들은 그들의 독특한 생활 방식을 고수한다. 이곳 주민들은 개인용 보트나 수상 택시를 이용해 이웃이나 육지로 이동한다. 다리로 연결된 부분도 있지만, 결국 서로간의 소통을 위한 길이 되어주는 것은 강이다.
수상 가옥임에도 의외로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전기, 전화, 상수도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같은 공공기관도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름 살기도 좋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주택 보조금이 후해 개인이 적은 금액을 부담하고 20년 이상 살기도 한다. 매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내 집 장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 우리에게 진짜 부러운 이야기.
여행자라면 작은 보트를 타고 2시간 남짓 캄퐁 아에르 지역을 둘러보는 것 외에도 현지인의 집에서 다과를 먹으며 마을을 구경하거나 홈스테이 식으로 하룻밤을 묵는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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